차가운 겨울
천보/강윤오
나는 낭만의 가을을
그대와 함께 보낸
들판의 고개 숙인 억새풀
차가운 눈송이에 짓 눌려
허리를 못 핀다
보기만 해도
푸르고 싱그러웠고
왕성했던 너는
어찌 걸쳤던 옷깃 다 벗어던지고
알 몸으로 바르르
떨고 있는가
여름날 시원한 계곡에서
베짱이처럼 노래 부르며 흘러내리던
계곡물 흐르는 음악소리
들을만하였건만
그 힘 넘치는 음향 소리
어디로 가고서
이제는
두툼이 얼어붙은
얼음장 밑에서
낙숫물처럼 똑똑똑
눈물을 떨구는구나
차가운 겨울날에 잔뜩
허리 굽히고 있는 네가 억새풀이었나
알 몸으로
칼바람에 바르르 떨고 있는
너는 여윈
나뭇가지가 되었구나
너희들
무엇을 잘못했기에
이 추운 엄동설한
산과 들판에 내 앉아
차가운 겨울바람과 눈보라에
고초를 겪고 있는지,
2018,12,12,kang youn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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