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둥 강아지에게
천보/강윤오
지금은 굳게 닫혀 있을
텅 빈 빈 막사 주위에서 방황하고 있을
검둥 강아지 모습이
지금껏 내 머릿속에서
떠나가지를 않는다
부대 영내에서
병사들을 졸졸 따라다니며
재롱을 부렸을 검둥 강아지가 분명했는데
엊그제
부대가 해체되면서
모두들
여기저기 뿔뿔이 헤어지는
전출명령을 받고 아쉬운 담소를 나누던
장병들의 모습
모든 것 다 알고 있는 듯
빈 내무반 입구 한 구석에 외롭게 주저앉아
이 사람 저 사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검둥 강아지 모습이
지금껏 내 머릿속에서 맴돌며
떠나가지를 않는다
검둥 강아지야
너는 부대가 없어지는 것을
알고 있었니
너에게 밥을 챙겨주며
함께 놀아주었던 장병들이
오늘내일
모두 여기를 떠나간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이 추워진 겨울날
네가 사랑스러워도 너를 데리고갈 수 없는
장병들의 마음은
내가 잘 알고 있단다
그동안
아침 점심 저녁 영내에서
재롱을 부려 주던 너를 덜렁 놓아두고서
지금은 모두
떠나갔을 거야
너와 함께 놀아주고
너에게 맛난 밥을 챙겨주던 병사들은 모두
여기저기 전출을 떠나서
오늘도 다른 곳에서
낯선 병영생활을 하고 있을 텐데
검둥 강아지야
너도 장병들처럼
어느 부대로 배치받았으면
따뜻한 짠 밥 얻어 먹고 좋았을 텐데
어쩔 수 없이
떠나갈 때는 모두
너와 헤어져야만 하는 냉정함 뿐이네
찬바람 불고 눈보라 치는 겨울이 왔는데
너는 지금도
텅 빈 막사 주위를 빙빙 돌면서
어두운 밤과 낮으로
방황하고 있겠지
벌써 밥도 며칠째 굶고
너의 뱃속에서는
쪼로록 소리가나고 있을거야
검둥 강아지야
이제 너도 정신 바싹 차리고
굳게 닫쳐버린 부대 정문을 찾아서
빨리 밖으로 뛰쳐 나가야 살아갈 수 있단다
너를 사랑해 주던 장병들
떠나간 뒤
이제 너도 들어보지 못했던
반려 견 소리를 듣더라도
텅 비어있는 부대를 맴돌지 말고
용감하게 나가서
친구를 찾아 나서야
살 수가 있단다
며칠 전 문 닫는 부대 막사
한 구석에서 쓸쓸히 주저앉아
헤어지는 병사들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검둥이 강아지
너
너의 모습이
네 모습을 본지 며칠이 지나가도
내 머릿속에서 지금도
떠나가지를 않고
소용돌이치며 맴돌고 있단다,
2019,12,5, kang 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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