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진 겨울날에
천보/강윤오
깊은 가을밤이 되면
늘
무슨 사연이 있는 듯
밤마다 슬프게 울고 있던
풀 벌레소리도
정적을 감춘 지 오래되었구나
엊그제 뒷동산 계곡
붉은 색동옷 차려입고 있었던
환상의 숲 속에서
가을 노래 부르던 산새들
추위 못 이겨
겨울여행 떠나 가버렸네
모두가 다 떠나 가버린 빈자리
홀로 외로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앙상한 나뭇가지들만
차가운 칼바람에 바르르 떨면서
앙칼진 울음소리
하얀 눈 소복이 내려앉아
잠재워버린 모습
봄날이면
푸른 잎 움트는 계곡에서
여름이면
시원한 바람 불어오는 능선을
요리조리 날아다니며
놀이터 삼아 노래 부르고
가을이면
울긋불긋 오색단풍 물들어버린
이 아름다운 계곡에 묻혀
단풍놀이 하던 산 새들아
지금 찬바람 불고
하얀 눈 소복이 덮여있는 너희들의 놀이터
아무도 오고 가는 이 없구나
앙칼진 칼바람 스쳐 지나가는 소리에
이 몸도 주눅 들어
두툼한 옷깃 깊숙이
몸을 숨겨버린다
가을밤이 되면 노래 부르고 놀던
풀 벌레들 소리에
귀뚜라미 노래가 유난히 구술 펐는데
산을 오를 때면
머리 위를 날르며 반가워하던 산새들
너희들은 지금 어디에서
이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지,
2019,12,8,kang 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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