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을 도봉산에서
천보/강윤오
머리가 백발이 되어버리고
허리가 조금씩 굽어가고 있는
옛날 동심의 소꿉친구들과 만나서
도봉산을 올라섰네
산 정상을 향한 등산로에는
삼삼오오
오 색 등산복을 입은
남 녀 노 소 등산객들이
한 무리 두 무리 짝을 이루어
등산로를 메우며
반가운 모습들로 재잘거리며
산을 오르고 있었네
한 달에 한두 번 만나는
우리네 어렸던 소꿉친구들도
수많은 등산객들 틈에 한 그룹
짝을 만들어
도봉산을 오르고 있었다
때는
새해 일월 중순에 들어서
엊그제가 小寒(소한)이고
낼 모래가 大寒(대한) 이건만
높고 넓은 도봉산 산등성 산등성
계곡 계곡에
하얀 눈 두둑이 덮여 있어야 할
雪寒(설한) 이건만
가을에 떨어진 낙엽 밟히는 소리
바사삭 바사삭
굽이 굽이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
하얗게 얼어붙어 있어야 할 때 이건만
한 여름 장맛비 흘러내리는
물소리처럼
도봉산 오르는 계곡
여기저기서
힘차게 흘러 낙하하는 물소리가
귀를 멍하게 괴성을 질러대니
오늘이
겨울날인가 봄 날인가
착각하기 쉬운 이상 기온일쎄
세월 가는 줄 모르게
동심의 어린 소꿉친구들이 벌써
너는 할머니 되어
나는 할아버지 되어서도
여태껏
못다 한 이야기들
오늘 만나서 다 하자고
재잘거리며
오르다가 쉬고 오르다가 쉬면서
어느덧
도봉산 중턱에 올라서니
모두가 숨차서 허덕이는 노인이건만
봄날처럼 포근한
겨울산을 오르면서
백발의 소꿉친구들이 모여
하루 종일
도봉산 계곡에서 떠들면서
휴일을 보냈었네,
2020,1,13,kang y,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