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궂은날이면
천보/강윤오
비 내리는 이런 궂은날이면
장롱 속에 깊숙이 박혀 잠을 자고 있는
입지 않고 쓰지 않는
옷들을 끄집어내어 정리해 보듯이
비 내리는 이런 궂은날이면
내 머릿속에 깊숙이 박혀 잠을 자고 있는
잊혀 가는 옛 수많은 생각들
한 개 한 개 끄집어내어
정리해가면서
필요하지 않은 추억들은
창 밖에 나가 훌훌 털어 버리는 것도 좋다
자그만 내 머릿속에
참 많은 추억들이 차곡차곡 들어가
긴 세월 동안 잠을 자며
담겨 있던 수많은 추억들이
그동안 얼마나 답답해했을까
오늘은 내 머릿속 한 구석에 박혀
희미한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던 어린 시절의
시커먼 꽁보리밥 먹던 생각을
하나 꺼내어
내 머릿속에서
툭툭 털어버리고 싶은 그런 날이다,
2020,7,24,kang 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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