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살던 시절
천보/강윤오
옛날 어릴 적
찢어지도록 어렵게 살던
보릿고개 시절
아침저녁
시골집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만 보면 배가 고팠습니다
가운데 아궁이에 앉혀진
작은 가마솥에서
깡보릿쌀 뜸 들고 있는
구수한 냄새만 맡아도
나는
배가 불렀습니다
왼쪽 아궁이에 앉혀진
작은 가마솥에서
무시래기 된장국 끓어오르는
구수한 냄새만 맡아도
나는
배가 불렀습니다
오른쪽 아궁이에 앉혀진
큰 가마솥에서
콩깍지 여물 한 가득 끓고 있는
쇠죽 냄새만 맡아도
외양간에서 아침밥 기다리고 있는
우리 집 누런 황소는
구수한 냄새만 맡아도
배가 불렀을 겁니다
이른 아침 이면
어머니는 아궁이 앞 가운데에
쪼그리고 앉아서
밥솥
국솥에 불 지피시고
나는
어머니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오른쪽 큰 가마솥에
쇠죽 끓이던 생각이 떠 오릅니다
옛날 어릴 적
찢어지도록 어렵게 살던 시절에는
우리 부모님도
자식들 키우느라 고생 많으셨고
우리 집에서
큰 일꾼이 었던 누런 황소도
고생 많이 했었습니다
지금도 농촌에 드문드문 남아
무너 저 가는
시골집 모습을 바라보면
옛날 어릴 적
찢어지도록 어렵게 살던 생각이
눈앞에서 떠나가지를 않고 있습니다,
2020,2,23,kang 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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